서 론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설사를 야기하는 가장 흔한 세균은 diarrheagenic
Escherichia coli (DEC)다[
1,
2]. 그리고 DEC는 장독력(enteric pathgenicity)에 따라 7종류(enteropathogenic
Escherichia coli [EPEC], enterohemorrhagic
Escherichia coli [EHEC], enterotoxigenic
Escherichia coli [ETEC], enteroinvasive
Escherichia coli [EIEC], enteroaggregative
Escherichia coli [EAEC], diffusely adherent
Escherichia coli [DAEC], adherent-invasive
Escherichia coli [AIEC])로 나누고 있는데[
3] 이 중 Shiga 독소(Sihga toxin, Stx1, Stx2)를 생성하는 EHEC는 설사 증상뿐만 아니라 출혈성 장염(hemorrhagic colitis)과 출혈성 요독증후군(hemolytic uremic syndrome, HUS)을 야기한다[
4,
5].
이에 질병관리청은 EHEC를 2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하였으며 (감염병누리집) [
6] 수인성 식품매개 감염병 병원체 감시(Enter-Net, 실험실 감시) [
7]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신고 체계에 따라 EHEC 발생자는 위장관계 증상을 보여 전수 감시 감염병 체계를 통해 등록되는 경우와 증상이 없으나 실험실 감시 체계를 통해 등록되는 경우로 나누어진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EHEC로 신고된 사례 중 환자가 아닌 사례를 제외한 발생 건수는 전국 1,268건으로 2020년 이후 매년 150건 이상 발생하였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 2017년부터 2023년까지 EHEC 발생자는 인구 10만 명당 발생 기준 0.45-1.93명으로 매년 전국(0.23-0.52명)에 비해 높은 수치를 보였고 2018년과 2020년에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발생률을 보였다[
8]. 따라서 제주특별자치도 도민을 대상으로 위의 두 종류의 감시 체계로 등록되는 EHEC의 인구학적, 역학적, 임상적, 실험적 특성을 비교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제주특별자치도 도민 중 2017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EHEC 발생자를 대상으로 두 신고 경로에 따라 인구학적, 역학적, 임상적, 실험적 특성을 비교 분석하는 것이다.
대상 및 방법
본 연구는 2017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질병관리청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보고된 제주도 내 EHEC 발생 사례를 대상으로 인구학적, 역학적, 임상적, 실험적 특성을 비교 분석하는 기술역학 연구이다.
연구를 위하여 질병관리청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에 등록된 감염병 환자 발생 보고서 및 역학조사서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 역학조사서는 2011년부터 등록되었지만 2017년 8월부터 역학조사서의 서식이 변경되었고 본 연구에서는 관심변수 측정의 일관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하여 2017년 8월부터 본 연구가 시작된 2023년 11월까지의 데이터를 분석의 대상으로 하였다.
EHEC는 제2급 감염병으로 환자, 의사 환자, 병원체 보유자 발생 시 24시간 이내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환자는 EHEC에 부합되는 임상 증상이 있고 검체(대변, 직장도말)에서 독소유전자(Stx1, Stx2)를 보유한
Escherichia coli (
E. coli)가 분리 동정된 사람을 말하며 병원체 보유자는 검체(대변, 직장도말)에서 독소유전자(Stx1, Stx2)를 보유한
E. coli가 분리 동정되었으나 증상이 없는 사람, 즉 본 연구의 선별군을 말한다. 의사 환자는 EHEC에 부합되는 임상 증상 및 역학적 연관성은 있으나 검체(대변, 직장도말)에서 독소유전자 (Stx1, Stx2)만 확인되고 E. coli가 확인되지 않거나 검사 결과가 없는 사람을 말한다. 의료기관에서 질병관리청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시·군·구(보건소)로 신고하면 시·군·구에서 역학조사서 작성 및 시·도(도청)를 거쳐 질병관리청으로 보고된다. 담당 보건소는 등록 거주지 주소를 기준으로 한다(
Appendix 1).
인구학적 특성 분석을 위해 일반적 특성의 성별, 연령을 변수로 추출하였고 실험실적 특성 중 세부 혈청형 및 독소 정보를 변수로 추출하여 사용하였다. 역학적 특성으로 신고일을 추출하여 3-5월은 봄, 6-8월은 여름, 9-11월은 가을, 12-2월은 겨울로 변환하여 분석하였고 위험요인 중 보고 건수가 0인 항목을 제외한 나머지 식품 섭취력 및 가축 접촉력을 변수로 추출하였다. 신고 경로는 역학조사서의 검사 이유를 추출하여 변수로 사용하였고 역학조사서 항목 중 특이사항 및 감염병 환자 발생 보고서 항목 중 비고를 참고하여 재검토하였다. 신고 경로상 유증상으로 신고된 사례이거나 환자의 접촉자로 분류되어 검사 후 환자로 확진된 사례를 합쳐 유증상군(symptomatic group)으로 정의하였고 집단 식중독 의심과 관련되어 조리사들의 선별 검사를 하면서 발견된 무증상 사례와 건강검진을 하면서 Enter-Net 사업에서 발견된 무증상 사례를 합쳐 선별군(screening group)의 두 군으로 대분하였다. 이 두 경로군별로 인구학적, 역학적, 임상적, 실험적 특성을 비교 분석하기 위하여 chi-square 검정을 진행하였으나 분석 결과 5 미만의 기대 빈도가 전체 셀의 25.0-62.5%를 차지함에 따라 Fisher의 정확 검정으로 유의확률을 파악하였다. 기술분석 통계는 SPSS Statistics ver. 21 (IBM, Armonk, NY, USA)을 사용하여 수행되었다.
이 연구는 2차 자료를 활용하는 연구로 제주대학교 생명윤리위원회로부터 심의 면제 승인을 받았다(JJNU-IRB-2024-002).
결 과
2017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제주도에서 신고된 EHEC 감염증 환자를 연도별로 정리하였다(
Table 1). 증상이 있어서 신고된 사례는 28명으로 전체의 65.1%를 차지하고 있었고 환자의 접촉자로 분류되어 검사 후 환자로 확진된 경우가 7명으로 전체의 16.3%를 차지하고 있었다. 또한 집단 식중독 의심과 관련되어 조리사들의 선별 검사를 하면서 발견된 사례가 7건(16.3%), 건강검진을 하면서 Enter-Net 사업에서 발견된 사례가 1건(2.3%)으로 나타났다.
유증상군의 35건과 선별군 8건을 성별, 연령별, 계절별로 비교 분석한 결과 성별에 따른 차이는 없으나 연령별, 계절별로는 차이가 있었다(
Table 2). 연령 변수에서 유증상군은 19세 이하와 60세 이상에서, 선별군은 20-59세에서 많았다. 또한 계절 변수에서 유증상군은 봄, 여름, 가을이 겨울에 비해 등록이 많았던 반면 선별군은 봄에는 등록이 없었으나 여름부터 겨울까지는 2-3건으로 골고루 등록되었다. 또한 의심되는 위험 섭취 음식과 가축 접촉력은 두 군 간에 차이가 없었다(
Table 3). EHEC의 혈청형이나 독소 역시 유증상군과 선별군 간에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Table 4).
고 찰
2017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질병관리청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보고된 제주도 내 EHEC를 신고 경로에 따라 유증상군과 선별군으로 나누어 비교 분석한 결과 연령별, 계절별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유증상군은 19세 이하와 60세 이상에서, 선별군은 20-59세에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Enter-Net을 통해 전국에서 수집한 병원성 대장균을 분석한 결과 병원성 대장균의 연령별 분리율은 0-9세의 연령대(37.0%)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30-39세의 연령대(5.9%)에서 가장 낮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는데 0-9세 연령대에서 분리율이 높은 것은 영유아의 면역성이 낮은 점과 함께 단체 급식과도 관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9]. 같은 맥락에서 60세 이상에서 유증상군이 많았던 것도 면역성이 낮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겠다.
EHEC는 설사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출혈성 장염 및 HUS와 같은 중증 합병증을 야기한다. 이런 위험성을 고려하여 질병관리청은 EHEC를 2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HUS는 장출혈성 대장균 환자의 약 10%에서 발생하며 10세 미만의 소아나 노인에서 주로 발생하고 이외의 연령대에서는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10-
12]. 하지만 성인에서 중증 합병증의 위험도가 낮더라도 성인이 고위험군인 소아나 노인에게 균을 전달하는 감염원의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증상이 없지만 균이 배출되는 선별군에서 20-59세가 많았던 점을 고려하여 다음 세 가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EHEC의 전파 위험이 높은 군(보육시설, 요양시설 종사자, 조리 종사자를 포함한 요식업 종사자, 간호, 간병, 의료 종사자 등)은 주로 이 연령대에 속해있으므로 소화기계 증상이 없더라도 평상시 손 씻기나 환경 관리 등 위생 수칙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겠다. 둘째, 0-19세에서는 14명 모두가 유증상군이었고 60세 이상에서는 유증상군이 13명, 선별군이 2명으로 차이를 보인 것에 비해 20-59세에서는 유증상군이 8명, 선별군이 6명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렇듯 연령대에 따라 증상이 나타날 확률이 다르다면 EHEC 감시나 유행 역학조사 시 모든 연령대에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실제로 유효한지를 향후 추가 연구로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 셋째, EHEC는 10세 이하와 60세 이상에서 증상이 많이 나타나고 EHEC로 인한 중증 합병증 위험성 역시 10세 이하와 60세 이상에서 높아 10세 이하와 60세 이상의 연령대를 EHEC의 고위험군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시행 중인 EHEC 유행 예방 조치는 전수 감시 및 여름철 식중독 예방 수칙 홍보로 EHEC의 고위험군에 집중한 예방 전략이 시행되고 있지는 않다. 이에 EHEC의 질병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위험군에 집중하는 예방 전략을 마련하여 시행할 필요가 있겠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병원체 감시(Enter-Net) 사업을 통해 수집 및 분리된 EHEC의 전국 발생률은 5월부터 점차 증가하여 여름철(6-8월)에 가장 높고, 겨울철(12-2월)에는 감소하였으며 여름철에 전체의 57%가 발생하였다. 13 본 연구에서 유증상군과 선별군으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유증상군은 봄, 여름, 가을이 겨울에 비해 등록이 많았고 여름에 가장 많이 발생해(54.2%) 기존 연구와 유사했던 반면 선별군은 봄에는 등록이 없었으나 여름부터 겨울까지는 2-3건이 골고루 등록되었다. 선별군은 증상이 없으나 EHEC가 검출될 수 있고 겨울에도 여전히 발생하므로 전파 위험이 높은 군의 위생 수칙에 대한 홍보는 계절에 상관없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식품 섭취력 및 가축 접촉력에 대한 분석을 통해 특정 위험 요인에 대한 노출이 증상 유무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자 하였으나 유증상군과 선별군 간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특정 위험 요인에 대한 노출이 증상 유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에서 병원체 감시(Enter-Net) 사업을 통해 수집 및 분리된 EHEC의 혈청형은 O157 (20.3%)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고[
13] 본 연구에서도 O157 (23.3%)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같은 연구에서 EHEC의 독소는 Stx1 (45.7%)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고[
13] 본 연구에서도 Stx1이 48.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본 연구의 한계점으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의 자료로 쓰인 역학조사서의 양식이 2017년 8월부터 변경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연구진은 변수 측정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2017년 8월부터 본 연구가 시작된 2023년 11월까지의 데이터를 분석의 대상으로 하였으므로 2017년과 2023년의 자료는 완전히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8년에서 2022년까지 매년 10건 미만의 등록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신고 경로별로 대분한 두 군 간의 특성 비교는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EHEC로 한정하여 자료를 수집, 분석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는 DEC 중 EHEC만 전수 감시 대상인 2급 감염병으로 지정되어 있고 ETEC, EIEC, EPEC는 4급 감염병으로 표본 감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본 감시는 감염병 표본감시기관을 지정하고 지정된 기관에 한하여 신고를 받아 운영하는 감시 체계로 전체 발생 건수를 확인할 수 없다. 또한 ETEC, EIEC, EPEC는 개별 사례에 대해서는 역학조사를 실시하지 않아 EHEC를 제외한 나머지 DEC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이다. 그러나 국내의 장관감염증 집단 발생 원인 병원체 중 EHEC뿐만 아니라 ETEC, EIEC, EPEC 등이 매년 30-50건가량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는 점에서[
10] 향후 설사와 관련하여 EHEC 이외의 장관감염증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겠다. 셋째, 선별군의 숫자가 8명으로 수가 한정적이라 비교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설사는 전 세계 소아 사망 원인의 약 8.6%를 차지하고 있고[
14] 해외여행 및 식습관의 서구화로 인해 병원성 대장균의 감염률은 높아지는 추세이다[
15]. 이에 본 연구에서 알아낸 신고 경로별 특성 차이점들이 국내 설사 관련 질환의 적절한 예방 및 감시 관리 대책 수립에 활용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