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및 방법
1. 사례 정의
심층 역학조사 대상자는 1) 2020년 6월 18일 이후 관내 의료기관에서 식중독 발생 의심자로 관내 보건소에 신고한 사례 중, 2) 6월 18일까지 A 식당에서 제공한 김밥을 섭취한 뒤 4일 이내에 소화기 증상을 나타낸 경우로 정의하였다. 이에 6월 21일까지 보건소에 접수된 총 89명이 역학조사 대상자가 되었다. 이에 더하여 A 식당에서 김밥을 제조한 종사자 4명에 대하여도 역학조사 대상에 추가로 포함시켰다. 따라서 본 심층 역학조사의 최종 대상자는 93명이었다.
2. 자료 수집 및 검체 채취
6월 18일부터 21일까지 신고된 사례간 주요 공통점이 A 분식점에서 제공하는 김밥을 취식하였다는 점에 따라, 개별사례에게 유선 및 방문을 통해 김밥을 취식한 시점과 증상 시작 시점을 집중적으로 확인하면서 식품섭취력을 조사하였다. 사례별로 발현된 증상 종류 및 중증도는 방문한 의료기관의 진료내역을 통해 확인하였다. 6월 18일 현장 방문 당시 종사자 4명에 대하여 손의 상처 유무, 화농성 병소 여부를 확인하고 인체 검체를 채취하였다. 그리고 6월 18일부터 21일까지 신고한 사례의 인체 검체 89건을 채취하였다. 따라서 인체 검체 총 93건(대변 35, 직장도말 58)을 확보하였다. 그리고 6월 18일 현장 방문하여 확보한 환경 검체로는 A 분식점의 식품 6 건 (계란지단 1, 계란 표면 1, 단무지 1, 어묵 1, 우엉 1, 김 1)및 조리도구 7 건 (도마 4, 칼 3) 기타 3건 (바트 1, 행주 1, 냉장고 손잡이 1), 음용수 2건 (식수 1, 조리용수 1)이었다. 이렇게 채취한 인체 검체 및 환경 검체는 관내 보건소와 도내 보건환경연구원에 세균 및 바이러스 검사를 의뢰하였다. 또한 유전자 지문분석을 위하여 pulsed field gel electrophoresis (PFGE)를 의뢰하였다.
3. 통계분석
증상 발현 및 검사실 양성 정도는 백분율(%)로 산출하였다. 백분율의 95% 신뢰구간(confidence intervals, CI)은 이항분포(binomial distribution)를 적용하였다. 잠복기는 평균 및 표준편차를 구하였지만, 최소-최대 그리고 중앙값과 최빈값도 같이 산출하였다. 군 간의 비교는 카이자승 통계법을 적용하였으며 유의수준은 0.05로 정하였다. 본 연구는 제주대학교의 연구심의 면제를 받았다(No. 2021-011).
고 찰
살모넬라균은 가축의 장내에 상제할 수 있는 세균3)으로 우리나라에서 보고되는 식중독 중 가장 흔한 주요 원인균에 해당한다[
1,
3,
4].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제주도 내 돼지 농장에 의뢰된 총 1,191두의 시료 중 155두(13%)가 살모넬라증으로 진단되었다[
5]. 또한 2003년 제주에서 돌잔치에 삶은 족발이 보관되고 공급되는 과정에서 살모넬라균에 오염되어 식중독이 집단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 사례를 보고한 바 있다[
6].
살모넬라종(
Salmonella spp.)은 그램 음성 균(
gram-negative bacilli)으로 Enterobacteriaceae family에 속한다. 매우 다양한 균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중 장티푸스와 파라티푸스의 원인균인
S. typhi 와
S. paratyphi 도 이에 속한다[
7]. 그리고 이들을 제외한 NTS를 따로 구별하는 것은 역학적 특성, 임상적 양상, 실험실 진단 및 예방전략 등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8]. NTS는 오염된 물(지하수 및 음용수 등)이나 음식을 통해 전파되며, NTS에 감염된 동물이나 감염된 동물 주변 환경에 접촉하여 감염되며[
2], 자연에 널리 퍼져 있는 식중독균으로 토양, 수중, 냉장고 안에서도 비교적 오래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TS에 의한 식중독의 잠복기는 6-72시간이며[
2,
9], 갑자기 시작되는 오심과 구토, 복통 및 물설사의 급성 위장관염(acute gastroenteritis) 증상을 주로 야기하며, 대부분 회복된다(self-limiting nature) [
8]. 본 집단 발생의 경우 평균 잠복기는 20시간, 최소 잠복기 2시간, 최대 잠복기 92시간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진 NTS의 잠복기(6-72시간)와 유사하였다.
본 연구에서 확인된 혈청형인
Salmonella bareilly 는 가금류 농장의 닭무리, 분변, 먼지, 달걀 껍질, 내용물 등에서 가장 많이 (41.2%) 발견된 유형이다[
10]. PFGE 유전자형(SAPX01.005)에 있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제주지역 설사 환자 분리주에서 지속적으로 확인되었던 유형이다. 한편, 현재까지 국내에서 보고된
Salmonella bareilly의 경향성을 살펴보면, 2013년부터 2014년까지 국가 공공보건감시망에서 배제되어 있는 전국 22개 병원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4.6% [
11])로 보고되었으며,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주관하는 급성 설사 질환 실험실 감시사업(EnterNet-korea)을 통해 국내 16개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시료를 확보하여 분석한 결과,
Salmonella bareilly 가 2013년 4.4% (5위)[
12], 2014년 4.1% (7위)[
13], 2015년 10.7% (3위)[
14]로 급성 설사 질환을 유발하는
Salmonella species 중 점점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성을 통해 보았을 때 이번 사례에서 검출된 균이 가금류 관련하여 많이 검출되는
Salmonella bareilly 이고 식재료 중 계란이 포함되었으며 환경 검사 결과 균이 검출된 것으로 보아 계란지단이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론해볼 수 있었다. 다른 식재료인 어묵과 우엉에서도 해당 균이 검출되었지만 이는 김밥 제조 과정 중 오염으로 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본 조사에서 특이한 사실은 2명의 종사자가 증상이 없는 균양성자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이는 2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이들 또한 오염된 김밥을 먹어 감염이 되었지만 섭취량이 작아서 임상증상이 발현되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해당 업소에서 이전 사례가 없었던 것을 보았을 때, 도마와 바트와 같은 환경 검체에서 검출된 것 처럼 이들 또한 오염된 식재료에 지속적인 접촉으로 인하여 병원체보유자로 나타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종사자와 조리도구가 직접적인 원인 감염원은 아니었을지라도 검사 결과 균이 검출되었고, 이는 지속적으로 감염원이 아닌 식재료들도 오염시켰을 가능성이 있겠다. 둘째는 NTS 감염자의 0.1%가 만성 보균자란 점에서[
15] 이들은 여기에 해당될 가능성이다. 그런데 두 번째에 해당할 경우 이번 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수차례 식중독을 발생시켰을 것을 예상한다면 그 가능성은 떨어진다고 본다. 따라서 본 집단 발생의 감염원은 식재료를 우선 유추하는 것이 합당하겠다. 그렇지만 살모넬라균이 검출된 조리 종사자 2명에 대하여는 조리 업무를 중단한 후 2회 연속 음성을 확인한 이후에 다시 업무를 시행하도록 하였다. 해당 식당 이용객 중 추가 유증상자 발생에 따른 모니터링은 6월 28일까지 실시, 유증상자의 증상 호전 여부를 확인하였으며 위생부서, 보건소, 의료기관 등 유관기관과의 비상연락 및 협조체계를 유지하였다. 그리고 해당 분식점의 조리 종사자 및 직원을 대상으로 손씻기, 장갑 착용하기, 장관감염병 증상 발현 시 조리업무 종사 중단하기 등 수인성 식품매개 감염병 예방수칙을 안내하였고, 식당 위생관리 방법 등에 대해서도 전달하였다.
본 조사의 주된 장점으로는 첫째, 대규모의 단일 식중독이 발생한 상황에서 98명의 인체 검체와 다양한 환경 검체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둘째, 인체 검체 총 93건 중 73건에서 단일균이 동정되어 식중독 원인균을 규명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음식 재료와 도마, 바트에서도 동일한 원인균이 동정되면서 식중독의 감염원을 유추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반면, 본 조사의 주된 한계점은 사례군 조사로 국한되었고 사례별로 음식 섭취력에 있어 기억에 의존하였으며, 조사 당시 이미 치료를 받아 회복 중이어서 인체 검체 확보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신고가 접수되어 병원에 방문한 당시 유증상자가 대부분 병원 진료를 받은 후였고, 검체 채취 및 식중독 의심 신고 접수를 거부한 사람들도 있었다. 따라서 대면 역학조사 및 실험실 검사의 진행이 어려워 유선으로 역학조사를 진행하였다. 접촉 가능한 대상인 유증상자에 대해서 섭취력 조사를 진행하여 사례군 조사를 실시하였다.
결론적으로 잠복기의 특성뿐만 아니라, 조사 대상자가 호소하는 임상증상, 잠복기 특성, 역학 곡선의 형태, 인체 및 환경 검체의 실험실 검사 결과, 그리고 PFGE 결과에 근거할 때, NTS에 의한 식중독 집단 발생으로 유추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서 해당 분식점에서 김밥을 취식한 대상자들에게 발생한 식중독 집단 발생으로, 해당 장소가 유행 발생 장소이며 전파경로는 음식(김밥)이었으며 원인균은 Salmonella bareilly 였다. 해당 원인균의 역학적 특성상 제주 지역에서 사람 간 전파 방식으로든 식품(계란 등)을 통해서든 지속적으로 잔존하고 병원성을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겠다. 때문에 해당 살모넬라 균주에 대해서 추가적인 조사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이번 집단 발생이 음식을 통해 전파되었다는 점에서, 식재료의 유통과정 및 조리과정, 음식물 보관 방법 등에 대한 관련 업소의 주기적인 관리 감독도 중요하겠다.